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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시간 : 등장인물, 촬영기법, 사회적 메시지

by 잔잔꿀 2025. 8. 18.

소년의 시간 드라마 포스터

 

제목 : 소년의 시간(Adolescence)

장르 : 영국 범죄 드라마, 심리 스릴러

감독, 각본 : 잭 손(Jack Thorne), 스티븐 그레이엄(Steven Graham)

연출 : 필립 배런티니(Philip Barantini)

줄거리 :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Jamie Miller)가 같은 반 친구 케이티(Katie)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다들 드라마 '소년의 시간' 보셨나요? 소년의 시간은 2025년 3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는데요, 전체 4화 모두 원테이크(long take) 방식으로 촬영되었다고 해서 공개 전부터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던 드라마였습니다. 원테이크 방식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현실과 같이 시간이 흘러가는 연출이라 보는 내내 몰입도가 상당했습니다. 지금부터 소년의 시간의 촬영기법, 심리분석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까지 함께 리뷰해 보겠습니다. 

 

1. 촬영 기법

 '소년의 시간'은 전체 드라마가 원테이크(long take) 방식으로 촬영됐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원테이크 촬영의 가장 큰 효과는 현실과 시간 흐름이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제이미의 상황과 감정을 동시에 체험하게 만듭니다. 이는 몰입도를 극대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편집의 단절이 없기 때문에 보는 동안 불편하고 답답하지만 그 장면 속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장면에 몰입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카메라의 여러 가지 움직임 또한 의도를 가지고 의미를 나타냅니다. 드라마 초반 경찰이 체포하는 장면은 카메라가 제이미의 주변을 빙빙 돌며 화면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년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보여줍니다. 상담사와 상담하는 장면은 정적이고 밀착된 시선으로 화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그 공간에 같이 있는 듯한 긴장감을 가져다줍니다. 가족들이 모여 있을 때는 가족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카메라가 이동합니다. 이는 가족은 갈등 속에서도 서로 끊어낼 수 없는 운명적 결속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화면의 구도와 색감을 통하여 주제의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학교, 가정, 경찰서는 모두 폐쇄적인 공간으로 연출합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전체 회차 모두 무채색의 서늘한 색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연출은 소년의 시간이 활기찬 이미지 청소년기가 아닌 감옥 같은 시간이었음을 나타냅니다.

 

2. 주요 등장인물의 심리분석

 

 

 

 주인공 제이미는 같은 반 친구 케이티의 살해 혐의로 체포됩니다. 주인공의 심리적 주요 특징은 외로움과 결핍입니다. 또래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쉽게 흔들립니다. 세상과 단절되어 방황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죠. 따라서 단순한 살인자가 아닌 사회적 소외와 온라인 혐오 문화 그리고 미성숙한 자아 형성이 겹친 결과물임을 보여줍니다. 상담 장면에서 제이미는 인터넷 용어를 반복하여 사용하는데, 이는 소년이 현실과 온라인 서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이미의 부모는 이 사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부모의 심리 특징은 큰 상실감입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인 제이미의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가족들과 정서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습니다. 제이미의 어머니는 아들의 무죄를 끝까지 믿으려 하지만 현실과 마주하면서 심리적으로 붕괴됩니다. 어머니의 모성애는 이후에 불안, 그리고 사회적 낙인 속에서 무너져갑니다. 특히, 4화의 가족 생일파티 장면은 부모 세대의 상실감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인 케이티는 화면에 직접 등장하진 않습니다. 제이미의 동급생으로 주변사람들의 기억과 대화를 통해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케이티는 청소년기의 평범함, 잃어버린 일상을 대표하며 제이미의 왜곡된 세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역할로 나옵니다. 

 

3. 사회적 메시지

 소년의 시간은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강하게 던집니다. 먼저 소년 범죄의 본질이 개인의 잘못인가 아니면 사회적 산물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소년 범죄는 개인뿐만 아니라 고독, 가정 붕괴, 교육제도의 한계, 온라인 문화의 왜곡 등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드라마 전체 회차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한 소년의 범죄가 사회 전체의 그림자가 아닌가 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죠.

 또한 이 드라마를 통해 온라인 문화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상담 장면에서 제이미는 지속적으로 온라인 용어들을 반복하여 표현합니다. 온라인 혐오가 청소년의 정신에 얼마나 쉽게 침투하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디지털 혐오 문화 등의 온라인 문화가 통해 한 소년의 고립감과 왜곡된 자기 인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대에게 일어나는 이러한 정신적 왜곡 문제는 방치할 경우 치명적 결과로 나온다는 것을 드라마가 나타냅니다.

 그러나 현실의 사회제도인 법, 교육, 상담 등의 제도적 장치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각자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제도적 장치들이 소년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드라마가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소년의 가정 또한 소외를 막아내는 안전망으로써 기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문제를 단순히 가정만의 문제로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이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합니다. “소년 범죄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는 그를 단죄할 것인가, 이해할 것인가?” “사회는 다음 제이미를 막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스마트폰과 SNS에 일상화된 사회 속에서 소년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이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가. 지금 청소년 세대들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가.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게 만든 드라마 소년의 시간. 연출과 메시지 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매우 훌륭해서 시청자로서 몰입해서 보기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주는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소년의 시간'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