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오징어 게임 : 연출·음악의 마법

by 잔잔꿀 2025. 8. 19.

 

 시즌 3까지 완결이 난 지금, 이 드라마를 어떻게 리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시즌 1만 해도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났는데, 시즌2와 3은 솔직히 끝까지 보느라 겨우겨우 버텼거든요. 하지만 스토리와 결말은 제쳐두고, 연출과 음악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K-넷플릭스 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오징어 게임 리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제목 : 오징어 게임 (Squid Game)

공개일 : 2021년 9월 17일(시즌 1)

연출/각본 : 황동혁

장르 : 서바이벌, 스릴러, 드라마

시즌 : 총 3 시즌

줄거리 :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거액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한국 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특히 수준 높은 연출과 음악의 완성도를 통해 전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죠. 겉으로는 게임 서바이벌 장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예술적으로 풀어낸 깊이가 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그중에서도 연출과 음악에 집중해서 왜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인에게 공감과 몰입을 선사한 작품이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연출 분석: 긴장감과 몰입감의 극대화

 오징어 게임의 연출은 그냥 보기 좋은 화면을 넘어, 드라마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입니다. 서바이벌 장르 특유의 긴장감이 카메라 구도, 색감, 세트 디자인,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단순히 ‘게임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 세계관으로 짜여 있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계단이나, 강렬한 색 대비가 돋보이는 경기장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데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도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자본주의 경쟁 속 무력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인 거죠.

 또, 인물 감정을 극대화하는 클로즈업과 슬로모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 탈락하는 순간, 총성 직전의 정적 속에서 참가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연출은 보는 사람까지 숨을 멈추게 만들죠. 반대로 집단 장면에서는 와이드 숏을 활용해, 개인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권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강조합니다.

 색감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초록색 운동복은 모두가 똑같다는 느낌을 주고, 분홍색 관리자 복장은 권력을 상징하죠. VIP들의 황금빛 공간은 권력층의 사치와 이질성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색채와 시각적 장치가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니라 작품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결국 오징어 게임의 연출은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사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적 요소: 상징성과 메시지의 강화

 오징어 게임의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 극 전체의 정서를 지배합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의 음악은 감정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지만, 오징어 게임에서는 음악이 드라마의 서사와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독립적인 장치로 작용합니다. 특히 한국 전통 동요와 서양 클래식 음악의 교차 사용은 작품을 독특하고 섬뜩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대표적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장면에서 들려오는 기계적인 목소리와 단조로운 멜로디는 한국인에게는 친숙한 어린 시절 놀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상황이 생존 경쟁으로 바뀌면서 순수했던 멜로디는 곧 섬뜩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이처럼 음악은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시청자에게 감정적 혼란을 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또한, 오징어 게임에서는 서양 클래식 음악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VIP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들려오는 모차르트나 바흐의 음악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동시에 인간 생명을 게임으로 소비하는 권력자들의 냉소적 시각을 강조합니다. 음악적 배치만으로도 계급 간의 극명한 차이와 풍자가 드러나는 것이죠. 특히 경쾌한 클래식 음악이 잔혹한 장면과 교차될 때 느껴지는 아이러니는 시청자에게 불편함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여기에 더해, 드라마 전체에 반복적으로 사용된 전자음 기반의 불안한 사운드는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며, 게임의 규칙성과 무자비함을 표현합니다. 음악이 단순히 장면을 꾸미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며 극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 전달의 도구가 된 것입니다.

 

연출과 음악의 조화: 완성도의 비밀

 연출과 음악은 각각의 역할로도 탁월하지만, 이 둘의 완벽한 조화가 오징어 게임을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예술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시각적 연출이 게임의 공포와 사회적 구조를 보여준다면, 음악은 그 순간의 감정을 극대화하여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참가자들이 거대한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카메라 앵글은 개인이 거대한 체제 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보여주고, 동시에 불규칙한 리듬의 음악이 흐르며 불안감을 자아냅니다. 또, 게임에 참가한 이들이 두려움 속에서 서 있는 장면에서는 고요한 정적이 유지되다가 갑작스러운 음악이 폭발적으로 삽입되며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이처럼 연출과 음악은 ‘고요와 폭발’, ‘질서와 혼돈’을 교차시키며, 관객이 극 속 인물과 동일한 감정의 파동을 경험하게 합니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단순히 서바이벌 장르의 재미에 그치지 않고, 연출과 음악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 인간의 탐욕, 권력의 잔혹함을 상징적으로 풀어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교한 조화 덕분에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시청자에게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다시 곱씹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사회적 텍스트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결론

 오징어 게임은 연출과 음악의 조화 속에서 완성도를 극대화한 작품입니다. 카메라 구도, 색채, 세트 디자인 등 시각적 연출은 사회적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고, 음악은 감정을 증폭시키며 드라마의 주제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되면서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글로벌 현상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단순히 스토리 전개만으로 평가했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적 반향은 얻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오징어 게임을 다시 본다면, 연출과 음악적 디테일에 집중해 보는 것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