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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갬빗 : 영상미로 읽는 드라마

by 잔잔꿀 2025. 8. 15.

드라마 퀸스 갬빗 포스터

 

제목 : 퀸스 갬빗

제작 : 스콧 프랭크(Scott Frank), 앨런 스콧(Alan Scott)

원작 : 월터 테비스(Walter Tevis)의 1983년 소설 《퀸즈 갬빗》

공개일 : 2020년 10월 23일(Netflex)

줄거리 : 1960년대 미국.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베스 하먼은 고아원에서 우연히 체스를 배우게 된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빠르게 승승장구하지만, 약물 중독과 고립감, 외로움,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편견과 맞서 싸우며 수많은 위기를 겪는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자신의 의지로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세계 최고의 체스 챔피언과의 대결을 앞두게 되는데..

 

 드라마 ‘퀸스 갬빗’은 굉장히 몰입도가 높은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체스 경기 장면뿐 아니라 시대적 배경, 색채, 촬영 기법, 의상 디자인 등 시각적 요소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데요. 1960년대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장센과 감각적인 연출이 단순한 체스 드라마를 넘어선 예술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드라마의 영상미를 중심으로 어떻게 장면 하나하나가 이야기와 감정에 대한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시대를 담아낸 색채와 미장센

 ‘퀸스 갬빗’의 첫인상은 색채에서 시작됩니다. 처음에 주로 나오는 고아원 장면에서는 회색과 녹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단조로운 색감이 베스의 답답한 어린 시절과 제한된 환경을 상징하죠. 조명 역시 차갑고 일정한 톤으로 유지되어, 감정적으로 닫힌 공간임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입양된 후 체스 대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화면에는 점차 붉은색, 금색, 에메랄드 톤 같은 강렬하면서 고급스러운 색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대비는 베스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시청자들은 베스의 환경뿐 아니라 심리상태가 바뀌고 있음을 색감의 변화로 함께 느끼게 됩니다.

 세트장 디자인은 체스판의 기하학적 패턴을 배경 곳곳에 숨겨두는 방식으로, 경기와 일상이 연결된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벽지 무늬, 바닥 타일, 호텔 카펫까지 세심하게 패턴이 설계되어, 시청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체스판 속 삶’을 느끼게 됩니다. 카메라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물의 감정을 강조하는 클로즈업을 자주 사용합니다. 특히 경기 전 심호흡을 하는 베스의 얼굴과 뒤에 흐릿하게 잡힌 체스판 패턴은, 그녀가 심리적으로 경기와 하나가 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런 색채와 미장센의 결합은 한 장면 한 장면을 마치 예술 사진처럼 완성합니다.

 

체스 경기의 영화적 연출

 체스는 정적인 스포츠지만, ‘퀸스 갬빗’은 이를 영화처럼 긴박하고 생동감 있게 표현합니다. 감독은 카메라 앵글과 편집 리듬을 섬세하게 조절하여 경기의 흐름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말이 움직일 때는 종종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사용해 그 순간의 무게를 실어주고, 이어지는 슬로모션은 시간의 감각을 왜곡시켜 관객이 주인공의 사고 흐름을 따라가도록 만듭니다.

 또한 경기 장면마다 조명과 그림자 대비를 달리해 분위기를 변화시킵니다. 미국 내 대회에서는 따뜻하고 밝은 조명을 사용해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만, 세계 대회 결승전 장면에서는 차갑고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로 무대의 압박감을 극대화합니다. 경기 중 베스의 시선이 상대방의 손가락, 표정, 말의 위치를 번갈아 쫓는 장면은 편집 리듬과 사운드 디자인이 절묘하게 맞물려 긴장감을 높입니다.

 특히 베스가 천장 속 체스판을 상상하는 장면은 CG와 세트의 완벽한 조합으로, 관객이 마치 그녀의 두뇌 속으로 들어간 듯한 체험을 하게 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단순한 경기 장면을 ‘몰입형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체스를 모르는 사람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듭니다.

 

의상과 스타일로 완성된 캐릭터

 ‘퀸스 갬빗’의 의상 디자인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캐릭터의 성장과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핵심 장치입니다. 초반의 베스는 기능적이고 단조로운 옷차림을 하고 등장합니다. 이는 그녀의 사회적 위치와 내면 상태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경력을 쌓으며 점차 고급스러운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입게 되며, 자신감과 독립심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중요한 경기에서 입는 의상은 상징성이 강합니다. 체스판의 흑백 패턴을 응용한 드레스나 코트는, 그녀의 정체성과 경기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베스가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결승전에서는 순백색 코트를 입는데, 이는 그녀의 심리적 완성과 자유를 상징합니다. 또한 의상 색감은 장면 분위기와 심리 상태에 따라 섬세하게 조정됩니다. 불안하거나 내적 갈등이 심할 때는 어두운 톤이, 자신감이 최고조일 때는 밝고 대담한 색이 사용됩니다. 이러한 세밀한 스타일링 덕분에 한 장면에서 의상과 세트, 조명이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어우러집니다. 이러한 시각적 디테일은 드라마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를 ‘경험’하게 만듭니다.

 

 

 드라마 ‘퀸스 갬빗’에 몰입시키는 요소는 스토리와 연기의 힘뿐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영상미에 있습니다. 색채, 미장센, 연출, 의상 디자인이 서로 맞물리며 드라마의 감정을 극대화하고,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단순한 체스 이야기에서 벗어나, 한 시대와 인물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영상미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