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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이프스타일

<위대한 개츠비>로 보는 미국 1920년대 패션(개츠비룩, 스타일, 차별성)

by 잔잔꿀 2025. 10. 2.

1920년대 미국은 경제적 호황과 재즈 문화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사회 전반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습니다. 금주법으로 인해 비밀리에 열리던 파티 문화는 오히려 더욱 화려하게 번성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자유롭고 과감한 스타일을 추구했습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는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패션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개츠비룩은 단순한 복식이 아니라 당시 사회적 지위, 이상, 그리고 자유로운 정신을 담아낸 문화적 산물이었습니다. 본문에서는 개츠비룩을 중심으로 한 1920년대 패션의 디테일, 사회적 의미, 그리고 오늘날과의 차별성을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속 개츠비룩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츠비룩

개츠비룩은 단순히 남성 슈트 스타일을 지칭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1920년대 미국 상류층 남성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었고, 동시에 재즈 시대의 낙관주의와 풍요를 반영하는 패션이었습니다. 소설 속 제이 개츠비는 빈민 출신이지만 엄청난 부를 축적해 뉴욕 사교계의 중심으로 올라선 인물입니다. 그의 슈트와 셔츠, 액세서리는 단순한 옷차림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 올린 부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도구였습니다. 그가 입었던 슈트는 오늘날에도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더블 브레스티드 스타일이 많았으며, 광택이 나는 고급 원단으로 제작되어 ‘평범한 부자’와는 다른 차별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개츠비는 파스텔 톤의 컬러 슈트를 즐겨 입었는데, 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색감 사용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된 핑크 슈트는 그의 개성과 대담함을 잘 보여주는 예로, 당시 사회에서 흔치 않았던 선택이었기에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개츠비의 셔츠 장면은 패션적으로도 상징성이 큽니다. 수많은 색감의 실크 셔츠가 방 안을 가득 메우는 장면은 단순한 부의 과시가 아니라, 개츠비가 자신의 이상을 얼마나 강렬하게 드러내고 싶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파티 장면에서 등장하는 그의 복장은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을 극대화한 사교 패션의 정점으로, 단순히 무도회 의상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는 ‘코스튬’에 가까웠습니다. 이처럼 개츠비룩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아 표현이자 사회적 상징으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스타일

1920년대 미국의 스타일은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 ‘자유로움’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됩니다. 남성복에서는 기존의 단조롭고 어두운 색조에서 벗어나 화사한 색상과 패턴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스트라이프, 체크, 파스텔컬러 슈트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나타냈습니다. 넥타이와 보타이, 포켓 스퀘어 같은 액세서리도 필수적인 요소였으며,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모자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파나마 햇이나 페도라는 상류층 남성의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시켰습니다. 여성 패션은 훨씬 더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플래퍼(Flapper)’라 불린 여성들은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드레스와 보브컷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기존의 여성상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플래퍼 패션은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상징했습니다. 긴 진주 목걸이, 비즈 장식 드레스, 헤드밴드는 파티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이템으로, 영화 속 데이지의 모습에서 이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시 패션은 ‘움직임’을 고려한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재즈 음악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이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옷 역시 춤을 출 때 아름답게 흩날리고 반짝이는 효과를 주는 소재가 선호되었습니다. 남성의 슈트도 몸에 너무 조이지 않고 활동성을 고려한 실루엣이 많았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1920년대 스타일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생활 방식과 문화 전반의 변화를 담아낸 결과물이었습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속에서 춤추는 장면
출처 : 네이버 영화

차별성

1920년대 미국 패션은 이전과 이후의 시대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색상 사용의 대담함입니다. 1910년대까지 남성복은 주로 검정, 회색, 갈색 계열로 제한되었으나, 1920년대에는 분홍, 연두, 연노랑 같은 파격적인 색감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사회가 전반적으로 ‘밝음’과 ‘자유’를 추구하게 된 흐름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둘째, 여성 패션의 구조적 변화입니다. 코르셋이 사라지면서 여성들은 신체의 곡선을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고 대신 직선적이고 간결한 실루엣을 선호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미적 기준의 변화가 아니라 여성들의 사회적 해방과 연관된 역사적 의미를 갖습니다. 셋째, 패션이 곧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입니다. 이전 세대에서는 옷이 단순히 계급을 나타내는 기능에 머물렀다면, 1920년대에는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표현하는 도구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패션의 본질과도 연결되며, 당시의 실험적인 시도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1920년대 패션은 ‘사교 문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었다는 점에서 독창적입니다. 파티와 무도회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킹의 장이었고, 사람들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최대한 화려하고 독창적인 패션을 추구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액세서리와 장식적 요소가 등장했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파티룩이나 웨딩 패션에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결국 1920년대 패션은 단순히 ‘옛날 옷’이 아니라, 사회적 해방, 경제적 호황, 문화적 다양성이 맞물린 결과물이었고, 그 차별성은 지금까지도 강렬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920년대 미국 패션은 단순한 유행의 차원을 넘어선 시대적 상징이었습니다. 남성의 개츠비룩은 상류층의 세련된 품격과 야망을 보여주었고, 여성의 플래퍼 패션은 자유와 자기표현의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이 시기의 패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재해석되며 파티룩, 빈티지 스타일, 웨딩 테마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도 1920년대 패션에 매료되는 이유는 단순히 그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시대를 초월해 추구하는 자유와 개성의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영화 <클루리스(Clueless, 1995)>를 통해 90년대 미국의 하이틴 패션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